제270화
그는 아직 딸의 열 번째 생일을 함께하지 못했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생일 축하해.”
그 한마디조차 끝내 내뱉지 못했다.
시야가 점점 희미해졌다.
목소리도, 숨도, 의식도 사라져갈 때 배유현은 생각했다.
‘채원아, 아마 올해는 너에게 새해 인사를 건넬 수 없을 것 같아.’
...
민혜진이 차를 몰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임재원이 떠난 뒤였다.
시간도 시간인지라 그녀는 윤채원을 태워 아린을 데리러 학교로 향했다.
신호에 걸렸을 때, 민혜진은 윤채원의 얼굴빛이 좋지 않은 걸 눈치챘다.
윤채원은 손으로 가슴께를 누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왜 그래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좀 답답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병원이라도 갈래요?”
“아니요, 이제는 정말 괜찮아요.”
윤채원도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갑자기, 그리고 그렇게 빠르게 괜찮아졌으니 말이다.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보고 아린이 물었다.
“이거 아저씨가 보낸 거예요?”
“응.”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오후에 전화 왔을 때 수업 중이라 못 받았어요. 지금은 전화가 안 되네요.”
윤채원은 그저 짧게 말했다.
“방에 들어가 봐. 혜진 이모가 준비해 둔 선물이 있을 거야.”
올해 설날, 윤채원은 배유현에게서 새해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그녀는 코코아톡을 통해 대화창을 열어보았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였지만 아주 미세한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지난 3년 동안, 두 사람은 오직 명절 인사 몇 마디로만 이어져 있었다.
윤채원은 배유현이 SNS에 올린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도 아마 그녀의 게시물을 봤을 것이다.
윤채원의 SNS는 대부분 일에 관한 것들이었다.
반면, 배유현의 SNS는 온통 일상이었다.
배유현이 올린 사진에는 ‘야나’라는 소녀가 있었다.
전쟁 속에서 부모를 잃고 병원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였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병원에서는 ‘단골손님’처럼 늘 존재하는 아이였다.
다른 사진에는 이상한 품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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