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화
어스름한 밤, 아모르레스토랑 안은 부드러운 바이올린 선율로 가득 차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옅은 푸른색 백합이 수줍게 놓여 은은하면서도 매혹적인 향기를 흩뿌리고 있었다.
윤채원은 오늘 밤 흰색 운동복 세트를 수수하게 차려입었고 그녀의 맞은편에는 검은색 캐주얼 차림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턱시도와 드레스로 한껏 꾸민 사람들 틈에서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대비되는 흑백의 조화는 마치 커플룩처럼 보여 윤채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윤채원은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식전 빵을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는지, 그녀는 웨이터를 불러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포장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배유현이 왜 이곳에 데려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상대방도 정말 진지하게 식사에 집중하는 듯 보였고 두 사람은 별로 대화도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 된 거지 뭐.’
윤채원은 속으로 읊조리며 이 불편한 식사가 어서 끝나기만을 바랐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윤채원은 저 멀리 익숙한 듯 낯선 두 그림자를 발견하고 눈을 가늘게 뜨며 더 자세히 보려고 애썼다.
임재원과 한 여자, 그리고 어린 여자아이였다.
여자아이는 매우 어려서 아기 의자에 앉아야 했다.
임재원은 능숙하게 여자아이를 안아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는데 그 모습은 꽤나 다정해 보였다.
배유현은 정갈하게 냅킨을 접어 입가를 닦아내며 나직이 읊조렸다.
“임재원은 6년 전 이혼했어. 전처는 프란서에서 살고 있고 슬하에 14살 된 아들이 하나 있지. 동시에 그의 비서와도 미묘한 관계야. 지금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있는 저 여성은 그의 정부로 두 사람 사이에 딸이 하나 있고 그는 매달 정부에게 6백만의 양육비를 주고 있어.”
윤채원은 그를 바라보았다.
배유현은 얇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말했다.
“저자는 사생활이 문란하니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배 대표님께서 오늘 나를 이 자리로 부르신 이유는 바로 이 광경을 보여주시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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