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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오지욱은 윤채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갑자기 떠났지만 그는 조금도 화가 나거나 무시당했다고 느끼지 않았다. 윤채원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켜본 후 그는 눈을 감고 공기 중에 희미하게 남은 은은한 향기를 들이마셨다. 마치 음미하는 것처럼 말이다.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지만 그는 무시했다. 휴대폰 벨소리는 잠시 멈췄다가 십여 초 뒤 다시 울렸다. 오지욱은 그제야 눈을 떴다. 전화를 받자 배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부드럽게 물었다. “지욱아, 어디 갔어. 엄마가 찾으셔.” “응, 곧 갈게.” 오지욱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전화를 끊자 공기 중에 남아있던 윤채원의 향기도 사라진 것 같았다. ... 윤채원은 다실을 나와 마당을 산책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를 벗어나자 밖은 답답하고 습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다행히 뙤약볕처럼 따갑지 않았다. 마당 정문 양쪽에는 소나무가 한 그루씩 서 있었고 마당 안 연못에는 토실토실한 비단잉어가 놀고 있었다. 조약돌로 만든 길은 정자로 이어졌고 주변에는 정원사가 예쁘게 가꾼 정원이 펼쳐졌다. 윤채원이 그쪽으로 걸어가자 배도겸이 정자 안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방금 응접실에서는 차아영만 있었다. 지금 정자 안의 돌 탁자 위에는 바둑판이 놓여 있었다. 배도겸은 짙은 남색 폴로 셔츠를 입고 있었고 왼쪽 팔 안쪽에는 투석 후에 생긴 상처를 가린 붕대가 붙어 있었다. 어쩌면 마른 체형 때문일까. 중년이 되었어도 배도겸은 살이 찌지 않았고 몸매가 곧았으며, 안정되고 온화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무테안경을 쓴 그의 모습 앞에서는 주변 바람조차도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는 가끔 깊이 생각에 잠기며 시선은 바둑판에 집중했다. 자신과의 대국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윤채원은 원래 돌아가서 그를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마침 배도겸이 고개를 들며 두 사람은 시선이 마주쳤다. 배도겸의 표정은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비록 눈앞의 이 여인이 차아영과 성우영이 낳은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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