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0화
배유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배소영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거칠게 기침을 쏟아냈다.
그녀는 흐트러진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배도겸과 차아영을 바라보다가 문득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빠,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너무 마음이 약했어요. 아빠한테 약을 타지 못한 게 실수였어요.”
배소영이 한 일이라곤 배도겸의 수행비서인 우진재를 매수해 그가 피로에 지쳐 있을 때 가장 안쪽 휴게실로 데려가게 한 것뿐이었다.
공기 중에 찰싹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배도겸의 손이 허공에 멈춘 채로 떠 있었고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배소영을 내려다봤다. 평소의 온화하고 점잖은 얼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어느새 짙은 먹구름이 내려앉았다. 몸과 마음 모두 지친 배도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는 착하고 온순하던 딸이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지금의 배소영은 더 이상 그가 알던 배소영이 아니었다.
윤채원에게 약을 먹인 것도 모자라 일부러 그를 유인했다는 생각에 치가 떨렸다.
“배소영,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긴 하니?”
배도겸의 목소리는 절망에 젖어 있었고 숨소리마저 점점 거칠어지자 차아영이 급히 그를 붙잡았다.
방금의 소동은 악몽 그 자체였고 혼란스러운 건 차아영도 마찬가지다.
“도겸 씨, 그게 무슨 말이야? 윤채원에게 약을 먹여서 당신 휴게실로 보냈다니? 분명히 쓰러졌다고 했는데...”
배도겸은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쓰러진 적 없어. 우리 착한 딸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당신이 직접 물어봐.”
배갑수는 혈압이 치솟은 듯 비틀거리며 손을 휘저었다.
이렇게 큰 행사에 배씨 가문이 만인의 웃음거리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분노와 굴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배갑수는 겨우 중심을 잡으며 상황을 수습하려 애썼다.
그때 누군가가 그의 팔을 잡았고 귓가에는 가벼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정 좀 하세요.”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코웃음 치며 말하는 아들이 서 있었다.
“난 괜찮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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