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한순간, 윤채원의 손끝이 얇은 책장을 바짝 움켜쥐었다.
그녀가 돌아섰을 때, 배유현이 손에 든 쇼핑백을 내밀며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
윤채원은 받아들고 열어보았다. 안에는 새 옷과 속옷이 들어 있었다.
배유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에는 여전히 피곤함이 남아 있었다.
어젯밤 밤샘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야 집에 돌아왔고 세 시간도 채 못 자는 사이 저택은 아이들로 북적였다.
뛰노는 소리에 더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가 떠난 뒤, 윤채원은 곧장 옷을 갈아입었다.
속옷의 치수는 놀랍도록 꼭 맞았다. 너무 꼭 맞아 얼굴이 활활 달아올랐다.
평소엔 속옷 하나를 사도 가게마다 치수가 달라 몇 번이고 입어봐야 했다. 그런데 그는 단 한 번 스쳐본 것만으로 정확히 맞췄다.
겉옷은 연분홍빛 작은 카라가 달린 니트 블라우스였다.
윤채원은 혹시나 하고 가격표를 확인했다.
송주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려야 구할 수 있는 백화점 브랜드였고 가격은 그녀의 눈썹을 찌푸리게 했다.
‘허리 휘겠다...’
윤채원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코코아톡 송금창을 열었다.
200만 원, 반월급이 훌쩍 넘어가는 액수였다.
옷을 정리하고 나서려던 순간, 책상 앞 벽에 기대 선 남자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으앗!”
윤채원은 흠칫 놀랐다.
배유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벽에 어깨를 기댄 채,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훑었다.
“치수는 맞습니까?”
윤채원은 가방 끈을 바짝 움켜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니트는 잘 맞아요.”
그의 입술이 옅게 휘어졌으나 끝내 말은 없었다.
“삼촌, 여기 있었네!”
그때 들려온 강지훈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강지훈은 배유현의 팔에 매달리며 외쳤다.
“삼촌, 내 선물은?”
“없어. 삼촌 피곤하다.”
배유현은 피로를 감추지 못한 채 손바닥으로 조카의 머리를 눌렀다.
“이따가 줄게.”
“아, 머리 다 망가졌잖아요!”
강지훈은 비명을 질렀다. 오늘 아침, 아빠 손에 무스까지 발라 세운 머리였다.
배유현은 피식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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