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그때, 윤채원은 딸의 맑고 여린 목소리를 들었다.
“고마워요, 아저씨.”
알고 보니 배유현이 잘라둔 무스 케이크를 윤아린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케이크 위에는 반짝이는 딸기가 올려져 있어 보기만 해도 달콤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윤채원은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딸이 두 손으로 받아 든 케이크와 남자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을 동시에 보았다.
그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주변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케이크를 자르고 사진을 찍고 서로 웃으며 담소를 나누느라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배유진은 달랐다.
눈을 크게 뜨고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발견한 듯 박영란 쪽으로 가볍게 기침을 했다.
그러나 박영란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배갑수 곁으로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여보, 저 여자애 좀 봐요.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코며 얼굴이며 우리 유현이랑 판박이잖아요.”
배갑수는 슬쩍 아이를 바라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닮긴 닮았네...’
하지만 곧 차갑게 반박했다.
“당신 지금 손녀에 미쳐서 헛것 보는 거야. 지훈이랑 같은 반 친구라며? 여섯 살이면 계산이 안 맞잖아. 유현이가 대학 다닐 때 애가 있었다는 거야? 말도 안 돼.”
박영란은 입술을 달싹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해마다 하나님께 기도했잖아요. 혹시 내 기도를 들어주신 게 아닐까요.”
배갑수는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
“당신 기도가 뭐였는데? 유현이한테 책임질 애가 생기길 바란다는 거야? 유현이가 그런 애냐? 게다가 저 아이만 봐도 알겠구만, 유현이랑 안 친해 보여.”
박영란은 못 들은 척 고집스럽게 중얼거렸다.
“어제 본 웹 드라마에선 재벌 2세가 귀국했는데 옛사랑이 아이까지 낳고 나타나더라고요. 쌍둥이까지! 그런데 시어머니가 집안 운운하며 괴롭히는 거 있죠? 아, 나도 갑자기 외손주 쌍둥이가 찾아오기만 한다면 여기서 옷 벗고 만 리를 달려도 기꺼이 하겠어요.”
점점 흥분한 박영란은 핸드폰을 꺼내 남편에게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우리 집안에도 영상 제작사 있잖아요? 저런 작품 좀 만들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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