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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윤채원의 집까지는 불과 11km 남짓. 비 오는 밤이라 해도 정상 속도로 달리면 30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윤아린은 어느새 깊이 잠들어 엄마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교차로에 멈춰 신호를 기다리던 배유현은 무심히 룸미러를 올렸다. 그리고 시선이 닿은 곳은 윤채원. 고요하고 단정한 얼굴, 투명할 만큼 맑은 뺨.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선 느낌이 다가왔다. ‘착각하지 마.’ 배유현은 마음속으로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 여자를 다희의 그림자로 보면 안 돼.’ 그럼에도 닮았다, 닮은 듯 전혀 다른 사람. 그는 억지로 이유를 찾았다. 따라 하기. 수없이 봐온 재벌가 아가씨들. 자신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취향을 흉내 내던 계산된 눈빛들. 그래서 본능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윤채원도 그런 여자일까?’ 그러나 그녀를 볼수록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배유현은 핸들을 꽉 쥐고 다문 입술로 흔들리는 감정을 억눌렀다. 그 순간, 눈길이 마주쳤다. 딸의 등을 토닥이던 윤채원의 손끝이 순간 멈췄다. 동양적인 눈매, 깊게 패인 쌍꺼풀과 굵은 눈썹. 그 시선이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보는 듯 파고들었다. 쿵. 윤채원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차는 다시 움직였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엔진이 툭 꺼지며 멈춰선 것이다. 재시동을 걸어도 반응이 없자 배유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차에서 내렸다. 윤채원은 창문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번지는 빗줄기 사이, 망설임 없이 빗속에 서 있는 남자의 실루엣은 길고 단단했다. 결국 그녀도 우산을 들고 내려섰다. 그리고 우산을 배유현의 머리 위로 기울였다. “차에서 기다리세요.” 배유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가 너무 세요. 같이 써요.” 윤채원은 고집스레 우산을 그의 쪽으로 더 기울였다. 폭우 속이라 목소리는 거의 묻혔지만 배유현은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만 보았다. 촉촉히 젖은 연분홍빛 입술과 반쯤 젖은 어깨. 배유현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고 다른 손으로 우산을 높이 들어 그녀를 품 안에 가렸다. “차는 내일 수리 맡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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