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오늘 밤, 비는 그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윤채원은 조용히 윤아린의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윤아린은 엄마의 목을 감싸 안으며 고개를 들었다. “엄마, 왜 우리 아저씨 집에 있어요?” 윤채원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어젯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시 아저씨 집에서 머문 거야.” “그럼 아저씨께 감사 인사해야겠네요.” 윤아린의 순수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자 윤채원은 저절로 어젯밤 황당했던 키스를 떠올렸다. 자신도 모르게 피하고 걱정하며 스스로를 옭아맸던 순간들. 논리적으로 보면 배유현이 친절하게 모녀를 자신의 집에서 비를 피하게 해줬다면 감사 인사를 전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바로 전까지 윤채원은 안방 문조차 열 용기가 없었다. “응. 그럼 아저씨께 감사드리러 가자.” 윤채원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엄마, 여기 왜 빨갛죠?” 윤아린이 눈을 크게 뜨고 호기심과 걱정이 섞인 손으로 윤채원의 턱을 살짝 만졌다. 윤채원은 얼굴을 돌렸다. 딸의 순수한 눈빛에, 목까지 금세 달아올랐다. “모기한테 물렸어.” “엄마, 거짓말 하지 마요. 지금 겨울인데.” 윤아린은 눈을 깜빡이며 윤채원을 꼭 안았다. “엄마, 목에도 있어요.” 윤채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침 그때 문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채원이 일어나 문을 열자 니모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침대 앞으로 걸어왔다. 윤아린과 눈을 마주친 니모는 온순한 성격의 개였다. 배유현이 키운 이 녀석은 사람을 보면 언제나 웃는 듯했다. “안녕, 난 아린이야.” 윤아린은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 집에도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작은 손으로 니모의 얼굴을 쓰다듬자 니모는 장난스럽게 침을 묻히며 바보처럼 웃었다. “정말 귀여워요. 아저씨가 키우는 거예요?” 윤아린이 머리를 갸웃하자 니모도 따라 머리를 갸웃했다. “몇 살이에요?” “여섯 살이야.” 윤채원은 니모의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했지만 보기에는 젊지 않아 보였다. 윤아린과 니모가 즐겁게 교감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무심코 핸드폰을 꺼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