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배유현은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첫눈에 반한 걸까, 아니면 단순히 욕망 때문일까?
그는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 그런 건 믿지 않았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미녀를 봤는가.
서지유가 못생겼을까? 아니다.
젊고 예쁘고 집안도 좋다.
그럼 이유는 아직도 성다희를 잊지 못해서일까.
가장 간절히 성다희를 보고 싶었던 순간, 어디선가 그녀와 닮은 또 다른 여자가 나타났다.
성다희는 모든 것을 되돌려주고 사라졌지만 정작 자신은 그 자리에 갇혀 있었다.
분명 그녀가 먼저 협박을 했는데 떠날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무 말 없이 홀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지금, 성다희와 묘하게 닮은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 유사함은 단순히 얼굴이나 몸매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말할 때 은근히 떨리는 목소리, 눈가에 맺히는 억울한 홍조, 살짝 미소 지을 때 번지는 아련한 빛.
손끝 하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습관까지.
모든 게 성다희를 떠올리게 했다.
배유현은 커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겉으로는 냉정하고 고요했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굶주린 짐승이 날뛰고 있었다.
그는 담배를 세 개비 연달아 피워 물었다.
그리고 바람에 살랑거리는 옅은 하늘빛 커튼을 멍하니 바라봤다. 마치 여인의 치맛자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모습 같았다.
부드럽게 다리에 스치는 얇은 천, 은근한 유혹이 느껴졌다.
배유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핸드폰을 꺼냈다.
그 안에는 개인 번호 두 개가 저장돼 있었다. 업무용은 따로 있었다.
그는 낯선 번호 하나를 골라 문자를 보냈다.
수신인은 윤채원.
[파란 원피스, 정말 잘 어울리던데. 앞으로는 다른 남자 앞에서 입지 마세요. 다른 남자 앞에서 웃지도 말고. 남자는 믿을 게 못 돼요. 나도 포함해서.]
그날 밤, 윤채원은 잠자리에 들기 전 이 메시지를 받았다.
순간 핸드폰을 던질 뻔했다.
낯선 번호, 남자의 말투였다.
윤채원은 맨발로 바닥을 밟으며 황급히 일어나 커튼을 닫고 대문 CCTV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슴을 두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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