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윤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귓가로 하연지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우리 동생 남편이 그러는데 혹시 큰 사람을 건드린 거 아니냐고... 지금도 그쪽에서 괴롭히는 거예요?”
윤채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아니요. 이미 차단했어요.”
그녀는 업무 외에는 거의 인간관계가 없었고 퇴근 후엔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 게 전부였다.
누구를 건드릴 이유도 없었다.
“그럼 잘못 보낸 걸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우리 동생 남편 말로는... 그 집안이 워낙 크대요. 직접 말은 못 하지만 송주시에서 꽤 이름 있는 집안이라고.”
하연지는 4년간 함께 일하며 윤채원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깨끗하고 단순한 인맥, 그게 윤채원의 삶이었다.
윤채원은 이틀 전부터 그 번호를 차단했고 이후 괴롭힘은 없었다.
하지만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 단순한 실수였을까?’
하연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부잣집 아들을 건드린 적 있나요?”
윤채원은 단호히 잘라 말했다.
“없어요.”
식당 안.
윤채원이 자리를 비운 걸 보고 강지훈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괜스레 밥맛이 떨어져 고개를 돌리자 곁에 앉은 배유현의 큰 손이 그의 목덜미를 살짝 눌렀다.
“먹어.”
강지훈은 삐친 얼굴로 손을 뻗어 삼촌의 바지를 슬쩍 건드렸다.
배유현은 그 손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치우려던 찰나, 한 컵의 물이 눈앞으로 내밀어졌다.
맑고 고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목 마르세요?”
배유현은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둥근 눈동자, 검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빛.
깜빡일 때마다 작은 별빛이 스며드는 듯했다.
“아린이 목 마르지? 저기 오렌지 주스랑 요거트 있는데 아저씨랑 같이 사러 갈래?”
배유현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평소보다 부드러워졌다.
극히 드문 따뜻한 어조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배유진은 두 눈이 커졌다.
‘저 애가 진짜 내 동생 맞아? 누가 우리 유현이 몸에 들어갔나?’
강지훈은 얼굴을 찌푸리며 외쳤다.
“엄마!”
그러나 배유현은 태연히 아린의 손을 잡고 카운터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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