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소파는 작았지만 아주 부드러웠다.
위에는 베이지색 패드가 깔려 있었고 거실은 넓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테이블 위 투명한 꽃병 속 꽃, 창가의 몇 개 화분에 놓인 다육식물, 작지만 구식 TV 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스티커들이 붙어 있었다.
공기에는 상쾌하면서도 편안한 향기가 은은하게 감돌았다.
테이블 위는 조금 어수선했다. 아이의 책과 손으로 만든 신문, 여기저기 흩어진 수채화 물감까지.
윤아린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엎드려 그림에 몰두하고 있었다.
배유현은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저씨, 과일 먹을래요?”
윤아린이 머리를 들며 물었다.
배유현은 괜히 안 먹겠다고 말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윤아린은 곧장 폴짝폴짝 뛰어 냉장고 앞으로 갔다. 뛰어가는 동안 포니테일이 흔들리며 귀엽기 그지없었다.
냉장고 앞에서 발판 위로 올라가며 엄마를 부르자 윤채원이 다가와 사과 하나를 꺼내주었다.
그렇게 배유현은 윤아린이 건네주는 사과를 받았다.
순간 그가 느낀 이 평범한 일상, 하지만 이건 다른 남자라면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풍경이었다.
배유현은 부엌 안에 등을 돌린 윤채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을 바라보며 손으로 목을 주물러 풀고 몸을 가볍게 움직였다.
청색 셔츠가 조명 아래 은은하게 빛나고 고개를 숙이면 하얀 목선이 드러났다.
부엌의 노란빛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배유현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빨갛고 달콤한 사과, 즙이 가득했지만 입 안에서는 알 수 없는 시큼한 느낌이 스쳤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아린은 놀란 눈으로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속삭였다.
“엄마, 아저씨 갔어요.”
부엌에 있던 윤채원도 들었다.
사실 배유현이 문을 닫는 소리도 들렸던 터였다.
집이 넓지 않아 80평 정도.
바람이 불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들리는데 그가 문을 닫는 소리는 충분히 들릴 수 있었다.
윤채원이 막 4분간 팔팔 끓인 물을 담은 주전자를 바라보는 동안 그는 이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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