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네.”
윤아린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럼 윤호 아저씨는?”
“좋아요.”
장윤호의 엄마와 진정숙은 같은 단지에 살며 친분이 깊었다.
진정숙이 집에 혼자 있을 때, 샤워기에서 물이 새거나 전등이 고장 나면 장윤호가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고쳐주곤 했다.
윤아린은 그런 장윤호를 여러 번 봤다.
윤채원은 아이가 정확하게 대답할 거라 예상했다. 이 나이 아이들은 성인처럼 생각을 복잡하게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뜻밖에도 윤아린의 얼굴에는 잠깐 망설이며 생각하는 흔적이 스쳤다.
“윤호 아저씨도 좋지만 유현 아저씨가 훨씬 더 좋아요.”
윤채원이 잠시 침묵하자 윤아린이 말을 이어갔다.
“엄마, 제 생일 때 지훈이랑 유현 아저씨도 같이 올 수 있어요?”
윤아린의 생일은 일주일 뒤였다. 윤채원은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린아, 그날은 토요일이라 우리가 증할머니 보러 가야 해.”
“아...”
윤아린은 잠시 실망한 듯했지만 곧 얼굴이 밝아지며 윤채원 품에 뛰어들었다.
“그럼 그날 증할머니도 뵐 수 있겠네요!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아요. 그림도 그려서 가져갈 거예요.”
...
배유현은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코코아톡을 켜자 윤채원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왜 갑자기 간 거예요?]
배유현은 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가 윤채원 집에 잠깐 들렀을 때, 아이와 함께한 짧은 순간, 문 앞 남자 슬리퍼, 아린이 만든 손그림과 가족 그림, 두 마리 강아지, 집 안 가득한 포근한 따뜻함.
이 모든 것이 다른 남자의 일상이었다.
그가 먹은 사과는 달았지만 마음은 씁쓸했다. 그는 그 집안에 어울리지 못했다. 그래서 조용히 나왔던 것이다.
배유현은 배유진에게 답장하지 않았다. 대신 가족 단톡방에 한 줄 남겼다.
진정숙이 도시연 소개를 거절한 뒤 새 소개팅을 잡자 그는 단답으로 말했다.
[다음 주 바빠서 시간 없어요.]
곧 배유진의 메시지가 폭주했다.
[채원 씨 집 근처에 간 거 봤어.]
[레오가 그러던데 너 채원 씨 알고 있었다며?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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