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윤성빈은 채시아 때문에 화가 나서 더는 밥을 먹을 생각도 없어졌다. 예전에 그는 그녀가 이 정도로 말주변이 좋은 줄 몰랐었다. 점점 어두워지던 음울한 하늘은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채시아가 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벌써 저녁 여덟 시였다. 보통 이맘때면 그녀는 오경숙한테 연락하여 채하진의 상태를 확인하곤 했다. 윤성빈은 언제 그녀의 뒤에 와 서 있었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 앞의 빛을 가렸다. “뭘 보고 있는 거야?” 채시아는 바로 휴대전화를 끄고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윤성빈의 안색은 많이 좋아졌고 두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이제 배불렀죠? 그럼 전 이만 가도 되는 거죠?” “이렇게 급하게 간다고? 박지훈한테서 연락이라도 온 거야?” 윤성빈은 다소 평온한 태도로 물었다. 채시아는 그의 말 속에 다른 뜻이 있음을 눈치채고 되물었다. “무슨 뜻이에요?” 그는 오늘 하는 말마다 박지훈을 언급했다. 하필 이때 채시아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녀가 전화기를 힐끗 쳐다보니 그가 생각한 대로 박지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채시아는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반대로 윤성빈은 차분한 태도였다. “내가 오 분만 시간을 줄 테니 전화를 받고 바로 돌아와.” 그의 말에 채시아는 바로 휴대전화를 들고 별장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사방에 아무도 없고 감시카메라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여보세요?” “시아야, 윤성빈이 사람을 시켜 윤학이를 데려갔어.” 박지훈의 말이 마치 천둥처럼 채시아의 귓전을 울리자 그녀는 마침내 윤성빈이 아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무슨 말이야? 윤성빈이 왜 윤학이를 데려가?” “그 사람이 언제 윤학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윤학이의 신분을 다 알고 있는 거야?” “채하진은? 하진이는 지금 어때?” 그녀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채시아는 윤성빈이 윤학이를 이렇게 빨리 발견할 줄은 몰랐고 이 일이 너무 갑작스러웠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이쪽 일을 마무리하는 대로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