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신도영은 채시아가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는 줄 알고 약을 발라주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채시아는 그의 손이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움찔하며 피했다. 그가 자신을 때리려는 줄 알고 본능적으로 몸을 피한 것이다.
그 탓에 약이 그의 손등 위에 그대로 떨어졌다.
“죄송해요.”
채시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만 가볼게요.”
신도영은 그녀가 오해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서둘러 해명했다.
“아니야, 난 그냥 약 발라주려고 했던 거야.”
“괜찮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
채시아는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도영은 그녀가 또다시 자신을 오해할까 봐 서둘러 앞을 막아섰다.
“성빈이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
채시아의 눈동자에는 예전처럼 익숙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
“밖에서 기다릴게요.”
그런 그녀의 말투와 표정을 보고 있자니, 신도영은 마음이 괜히 쓰렸다.
“겁낼 거 없어. 다시는 너한테 상처 안 줄 거야.”
겁내지 말라니? 다시는 상처 안 준다니?
채시아는 그 말을 듣고는 조용히 웃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예전에도 그가 똑같이 말했다.
안심시키기 위해, 경계심을 풀기 위해.
“비켜주세요.”
상처를 줄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신도영은 여전히 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약 다 바르고 나가.”
채시아는 이 사람이 또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했다. 괜히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마지못해 약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앞으론 그런 멍청한 짓 하지 마. 뛰어내리는 거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지금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인 거야.”
그는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말했다.
채시아는 아무 말 없이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신도영은 예전부터 감정 기복이 심했었고 그녀는 이미 그런 그의 태도에 익숙해졌다.
약을 다 바른 후, 채시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 끝났어요. 저 이제 나가도 되죠?”
그녀의 시선은 맑고 또렷했지만 차갑고 멀게 느껴졌다.
신도영은 순간 가슴이 찢기는 듯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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