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차에 올라탄 뒤, 윤성빈은 병원 건물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도영이랑 무슨 얘기 했어?”
“대학 시절에 누굴 구한 적 있냐고 물었어요.”
채시아는 숨김없이 말했다.
누굴 구한 적 있냐고?
윤성빈은 문득, 임수아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자신과 어머니가 당했던 교통사고를 떠올렸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을 구했던 기억도 함께.
“그래서, 그다음엔?”
“그다음엔 당신이 왔죠.”
더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채시아는 말을 아꼈다.
오늘 밤 윤성빈은 회사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채시아는 그와 함께 회사으로 가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끼며, 차창 밖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냥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러자 윤성빈은 단호히 말했다.
“함께 행사에 참여하자.”
그 말에 채시아는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윤성빈은 별다른 설명 없이 기사에게 행사장으로 향하라고 지시했다.
행사 시작 전, 윤성빈은 채시아를 2층 별실에 머물게 했다.
채시아는 청록빛이 도는 드레스로 갈아입었고 그 모습은 세속을 모르는 요정처럼 신비로웠다. 차가운 기품과 맑은 분위기가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멎게 만들 정도였다.
문 앞에 선 채시아를 바라보던 윤성빈은 잠깐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목젖을 살짝 움직였다.
“여기서 기다려. 끝나면 같이 돌아가자.”
채시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여자의 순순한 모습에 윤성빈의 마음엔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회사 창립기념일.
임수아와 김예화는 일찍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있었다.
“채시아가 청림 별장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김예화가 물었다.
“네.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르겠어요. 또 오빠한테 들러붙으려는 거겠죠. 아직 이혼도 안 끝났고 원래 질기잖아요.”
임수아는 윤성빈이 직접 채시아에게 청림 별장에 머물라고 했다는 사실은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김예화는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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