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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시아는 홀로 바에 가서 술 몇 잔을 시켜 마셨다. 그렇게라도 해야 잠시나마 괴로움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윤성빈은 욕실에서 한 시간 넘게 찬물로 샤워를 하며 온몸을 휘감던 약기운을 억눌렀다. 겨우 진정을 되찾고 나오니, 채시아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디가드를 다그쳐 묻고서야, 그녀가 혼자 바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 안. 채시아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 그녀 앞에 누군가 다가왔다. 얼떨결에 고개를 들자 윤성빈이 곁에 서있었다. “왜 왔어요?” 술기 어린 목소리엔 독한 술 냄새가 섞여 있었다. 윤성빈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술은 언제부터 마실 줄 알았던 거야?” 예전의 그녀는 한 잔만 마셔도 금세 취했었다. 하지만 지금 바 테이블엔 비어 있는 잔들만 해도 여럿이었다. 이 질문에 채시아는 순간 멍해졌다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아마 당신이랑 결혼하고 한 2년쯤 지나서였을 거예요.” 그때 윤성빈은 곁에 없었고 그녀를 마비시키는 유일한 수단이 술뿐이었다. 윤성빈의 목이 바짝 메어왔다. 그 순간,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그녀를 한 번도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는 그녀 손에 들린 잔을 빼앗아버리고 조용히 한쪽으로 밀어냈다. “집에 가자.” 그 말에 채시아의 눈앞이 흐릿해졌다. 밤바람이 차게 불어왔고 얇은 옷을 입은 그녀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는 순간, 그녀는 뜨겁고도 단단한 품 안에 안겼다. 윤성빈이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고 공중에 들린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내려줘요. 혼자 걸을 수 있어요.” 채시아가 당황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하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묵묵히 걸었다. “앞으로 술 마시지 마.” 채시아는 그의 품 안에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차 안. 늦은 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공기는 차가웠고 얇은 원피스를 입은 채시아는 몸을 한쪽으로 움츠렸다. 그 모습을 본 윤성빈은 말없이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감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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