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화

“당신이 윤학이랑 나를 놓아준다면 이제껏 있었던 일들은 모두 없던 거로 할게요.” 윤성빈은 그녀를 안고 있던 팔에 점점 더 힘을 주었다. “안 돼.” 예전에 그녀가 한 말이 옳았다. 한 번 부부였던 사람들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냐고. 그는 죽기 전까지 그녀를 놓아주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채시아의 눈빛은 완전히 가라앉았고 결국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뒤끝 긴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결혼할 때 먼저 헤어지자고 말할 걸 그랬어요.” 또 이런 말이었다. 예전에 그녀가 그와 결혼한 걸 후회한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자, 윤성빈의 얼굴 위에는 차디찬 서리가 내려앉았다.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길을 달리는 차 안의 분위기는 조용히 가라앉았다. 채시아는 술기운 때문인지 어지러웠고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윤성빈은 그녀가 자신에게 감기를 옮은 줄 알고 이마에 손을 대려 했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피했다. 허공에 멈춰 선 손. 그러나 그는 그녀의 반응을 무시한 채 다시 손을 뻗어 이마에 댔다. 열은 없었다. “술 그렇게 많이 마시니까 기분 좋아?” 채시아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물었다. “언제쯤 윤학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 아이는 겁이 많아서, 낯선 곳에 혼자 있는 게 너무 걱정돼요.”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채시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그가 다시 손을 뻗었고 이번엔 채시아도 피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자신의 뺨에 닿는 것을 그대로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성빈 씨, 난 정말 모르겠어요.” “뭘?” “혹시 나를 좋아하게 된 건가요?” 정말 좋아한다면 왜 그녀의 손길은 매번 거절했을까? 윤성빈은 멈칫했고 곧 그녀의 얼굴에서 손을 거뒀다. 언제나 그랬듯,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그럴 리 없잖아.” 채시아는 담담히 웃었다. 과거의 자신이 착각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자존심 센 사람이 그녀를 좋아할 리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먼저 다가가도 그는 늘 밀어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