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화
채시아는 윤성빈이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머릿속에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처럼 다급하게 반응하지 않고 한 박자 늦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윤성빈이 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우린 아직 부부야. 뭐가 문제야?”
그러면서 그는 아무렇지 않게 목욕가운의 매듭을 풀었고 채시아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의 반응에 윤성빈의 목젖이 작게 흔들렸다.
“걱정 마. 손대진 않을 거야.”
그 말에 채시아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역시, 그러려니 싶었다.
“여기서 자겠다면 난 객실로 갈게요.”
등을 돌리고 방을 나가려던 순간, 윤성빈이 먼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는 그녀를 순식간에 끌어당겼고 채시아는 그대로 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벗어나려 애썼지만 윤성빈은 단단히 그녀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움직이지 마. 앞으로도 여기서 같이 자. 나 혼자선 잠이 안 와.”
그녀가 떠난 뒤 그는 긴 밤을 견뎌야 했다. 약을 먹고 정신과 진료를 받아봐도 아무 소용없었다. 오직 그녀가 곁에 있을 때, 그 품에 안겨 있을 때만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채시아는 그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라 믿기지 않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말 바꾸기 없기예요.”
“응.”
그녀는 조심스럽게 몸을 옆으로 옮겨 이불을 따로 덮었다. 짧은 거리지만 선을 긋고 싶었다.
눈을 감자 도항시로 돌아가기 전 의사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남자가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에선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술.
하지만 지난번 술을 먹이려던 날, 되레 그녀가 마시게 되었다. 그제야 그가 쉽게 취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김예화가 내민 술도 단번에 거절한 걸 보면 그는 남이 건넨 술잔은 절대 받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상황에선 그가 맨정신인 한, 그녀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선 천천히 신뢰를 쌓는 수밖에 없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