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화

다음 날 아침, 채시아가 눈을 떴을 때 오픈형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그림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밝은색 셔츠에 회색 바지, 허리에는 앞치마까지 맨 남자가 죽을 끓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채시아는 적잖이 놀랐다. 윤성빈이 요리를 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예전에 요리를 할 줄 안다고 했고 직접 임수아에게 요리를 해줬다는 얘기도 그녀 입을 통해 들은 적은 있었다. 윤성빈은 위층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일어났어? 와서 죽 먹어.” 그는 말하며 이미 두 그릇의 죽을 식탁 위에 내놓았다. 채시아는 몰랐지만 싱크대 안엔 실패한 죽 한 솥이 쌓여 있었고 윤성빈의 긴 손가락마디는 데인 자국으로 붉게 부어 있었다. 금수저로 태어난 그는 설거지는커녕 요리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던 사람이다. 이번에도 급히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가며 따라한 것이다. 윤성빈은 붉게 부은 손등을 흘끗 보며 생각했다. ‘요리,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왜 그런 건지 자신도 몰랐다. 어젯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그저 아침에 눈뜨자마자 죽을 끓이고 있었다. 채시아는 식탁에 앉아 그릇에 담긴 해물 생선죽을 보고 멍하니 보며 한참이나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윤성빈은 자신의 솜씨가 형편없어서 그런 줄 알고 조용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 한 숟갈 맛을 보니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입맛 안 맞으면 버려도 돼.” 그는 무심하게 말하며 죽을 떠먹었지만 시선은 줄곧 채시아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그제야 채시아가 숟가락을 들어 한 입 뜨더니 중얼거리듯 말했다. “누가 해물죽을 끓여준 건 처음이에요.” 윤성빈은 그 말의 의미를 읽지 못했다. “많이 먹어.” 채시아는 한 입 한 입 천천히 죽을 떠먹으며 문득 물었다. “우리 안지 한 17년쯤 됐죠?” 윤성빈은 그런 걸 세어본 적도 없었다. “응, 십몇 년 됐지.” 채시아는 남은 죽을 다 먹어가며 작게 중얼댔다. “내가 참 바보였네.” 윤성빈이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아니요, 맛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