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화

30분쯤 지난 뒤, 채시아와 박지훈은 마침내 조나연의 별장에 도착했다. 아직 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너 좀 천천히 해, 이따가 엄마 놀라게 해야 하니까 케이크는 여기, 여기다 놔야 해.” 채시아는 절로 웃음이 났다. ‘이 녀석들 졸려서 공항엔 못 간다고 하더니 알고 보니 몰래 생일 이벤트 준비하고 있었네?’ “지금 들어가면 실망하겠는데.” 그때, 박지훈이 옆에서 말했다. “우리 잠깐 기다렸다가 들어갈까?” 채시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두 사람은 한참을 문 앞에 서서 밤바람을 맞았다. “요즘 어머니는 잘 계셔?” “괜찮으셔. 다만 하루빨리 너희 데리고 오라고 난리도 아니셔.” 채시아는 살짝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나도 빨리 돌아가고 싶긴 한데 윤학이 병을 꼭 고쳐야 해서...” “다 알고 있어.” 박지훈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그렇게 얼굴 찌푸리지 마. 다 지나갈 거야.” 채시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훈은 이 조용한 순간을 틈타 그녀에게 전해줄 물건을 꺼내려던 참이었다. 그때, 등 뒤에서 문이 벌컥 열렸다. “이모, 진짜 손재주 없다. 어떻게 케이크를 떨어뜨릴 수가 있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네가 바닥을 미끄럽게 해놔서 그렇지! 이젠 다시 나가서 새로 사야지 뭐.” 조나연과 채하진이 함께 집을 나왔고 마침 채시아와 박지훈이 문 앞에 서 있는 걸 발견했다. 곧 채윤학이 먼저 반응했다. “아저씨.” “응.” 박지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조나연은 한참이나 멍하니 박지훈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안녕하세요. 저희 시아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친구인데 당연한 일입니다.” 박지훈이 답했다. 조나연은 다소 민망해하며 계속 말했다. “맞아요. 자, 어서 들어오세요.” 그러고는 채시아의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시아야, 미안해. 사실 아까는...” “다 들었어.” “케이크는...” “이번엔 케이크 없어도 괜찮아. 우리 그냥 일찍 쉬자.” “그래.”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