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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윤성빈은 기다란 손을 들어 그녀의 배를 가리켰다.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니 밥만 먹은 게 아닌가 봐?” 이 말은 마치 천둥처럼 채시아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밥만 먹은 게 아니라니? 채시아는 그의 접촉을 피했다. “머릿속이 더러운 사람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윤성빈의 손이 허공에 굳었다. “뭐? 더러워?” “지금 더러운 사람은 내 앞에 서 있는 너야!” 윤성빈은 채시아가 왜 지금 이 몰골이 되었는지 모를 리 없었다. 다만 그녀의 설명을 듣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설명하지 않을뿐더러 그를 한바탕 욕하기까지 했다. “내가 이렇게 더러운데 당신은 왜 여기 서 있어요? 빨리 가요. 괜히 눈 더럽히지 말고.” 윤성빈은 점점 더 화가 나서 그녀를 품에 꼭 안고 비꼬았다. “네가 오늘 이렇게 입으면 박지훈이 네 몸의 흔적을 못 볼 줄 알아?” 채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을 바라보았다. 방금 긴박한 상황에서 여성 웨이터가 그녀의 옷깃 단추를 모두 풀어버린 상태였다. 어쩐지 방금 박지훈의 눈빛이 좀 이상하더라니.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또 날 감시했어요?”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눈은 눈물로 인해 물안개가 끼었다. 그녀의 슬픈 눈빛이 바늘처럼 윤성빈을 쿡쿡 찔렀다. 그는 왜 마음이 아픈지 몰랐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이 정도 일은 감시하지 않아도 딱 보면 아는 거야.” 윤성빈 자신도 왜 그녀를 감시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저 그녀가 곧 울 것 같은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를 울리고 싶지 않았다. 채시아는 여전히 난감했다. 오늘 그 자리에 박지훈이 아니라 조나연이 있었다 해도 그녀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더럽다고 느끼고 그런 흔적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순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 큰 성인끼리 서로 사랑하지 않아도 그런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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