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그저 박지훈에게 흔적을 보인 것뿐이었다. “그렇게 박지훈이 신경 쓰여? 박지훈이 보면 화낼까 봐 그래?” 윤성빈은 목이 시큼했다. 채시아는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이 남자는 그녀가 왜 우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윤성빈은 전에 채시아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울자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울지 마.” 그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채시아의 이마, 콧등,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채시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를 밀어내려고 해도 도저히 밀 수가 없었다. 그때, 입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옷 가져 왔어요.” 웨이터가 밖에서 말했다. 윤성빈은 바로 멈추고 채시아의 귀에 기대어 깊은숨을 쉬었다. 채시아는 급히 눈물을 닦고 그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녀가 문을 열고 옷을 가질 수 있도록 윤성빈은 몸을 비켜섰다. 채시아는 문을 조금 열고 옷을 가진 뒤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가 줘요. 나 옷 갈아입어야 해요.” 윤성빈은 그녀가 또 울까 봐 화장실을 나왔다. 그는 밖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지만 여전히 마음속의 답답한 감정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왜 채시아가 울면 그도 괴로워질까? 웨이터가 사 온 것은 여름용 상의였다. 옷을 입고 아무리 머리카락으로 가려도 여전히 작은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채시아는 거울 속의 자신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밖으로 나갔다. 윤성빈은 여전히 자리에 서서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손에 든 담배를 눌러 껐다. “어디 가?” “알잖아요. 친구와 밥 먹으러 가요.” 오늘 정말 채시아를 감시하러 온 게 아니었다면 윤성빈은 지금 그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죄책감을 느꼈는지 그는 막지 않았다. 채시아가 감정을 추스르고 룸으로 돌아왔을 때, 박지훈이 그녀의 의자 위에 외투를 올려놓은 것을 보았다. “네가 추울까 봐 웨이터에게 외투도 사 오라고 했어.” “고마워.” 채시아는 바로 외투를 챙겨 입었다. 한 끼 식사를 마치는 동안 박지훈은 그녀의 목에 난 흔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