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조나연과의 통화를 마친 뒤, 채시아는 휴대폰을 내려두고 꽃으로 가득한 정원을 더는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음악실로 가 조용히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집중이 잘 되지 않던 채시아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실을 나섰고 밖으로 나온 그녀의 눈에 수년 만에 마주하는 한 사람이 들어왔다.
연미복을 차려입고 백발이 성성하지만 기세는 여전한 임 집사였다.
그는 정원에서 몇몇 인부들을 지휘하며 작업 지시를 내리고 있었는데 채시아를 발견한 순간,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금세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고 작업 지시를 마친 뒤 채시아에게 다가왔다.
“시아 씨, 저희가 방해가 된 건 아닙니까?”
겉으로는 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이어진 말은 도리어 욕보다도 더 가슴을 찔렀다.
“귀가 어두우시니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 말씀 드려야겠어요. 지금 오전 열 시입니다. 다른 상류층 부인이나 아가씨들은 이 시간에 게으름 피우며 집에 있지 않죠.”
“혹시 너무 한가하시다면 여기를 비우시는 건 어떨까요? 고용인들 일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요.”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안 그렇습니까?”
과거 채시아는 이 사람이 진심으로 자신이 윤성빈의 아내로서 잘 적응하길 바라는 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엔 그의 말 하나하나에 따르며 노력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가 자기 딸 임이나와 주고받은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면서 진실을 알게 되었다.
“시골에서 자란 촌년이야. 무슨 말이든 다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지.”
그 말을 들은 순간, 채시아는 이 사람이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저 윤성빈의 아내를 감히 훈계한다는 것에 의기양양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그녀는 더는 참지 않기로 했다.
“임 집사님, 저는 당신이 말하는 그런 부인도 아니고 당신이 원하는 기준에 맞출 생각도 없어요.”
원래 오늘은 늦게 회사를 가려 했지만 지금 그녀는 마음을 바꿨다. 아예 가지 않기로.
“오늘은 절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저를 쫓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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