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화
부드러운 햇살 아래, 채시아는 눈앞의 이토록 익숙한 얼굴을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윤성빈은 그녀의 이마에 가만히 입을 맞췄다.
채시아는 이불 위에 올려둔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오늘은 좀 피곤해서 하기 싫어요.”
윤성빈은 순간 멈칫했지만 말없이 그녀를 더 꼭 안았다.
그의 품 안에 기대어 있자니 귀에 묵직하고도 분명한 심장 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성빈 씨.”
“응.”
“우리, 처음으로 안았던 때가 기억나요?”
채시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성빈은 그녀의 말을 듣고 결혼 첫날밤을 떠올렸다. 그날, 그녀의 아버지가 막 세상을 떠났고 그는 그녀가 안기려 할 때 무심히 밀어냈었다.
그녀가 왜 이 질문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혹시나 과거를 원망하는 건 아닐까 싶어 입을 열었다.
“전엔 미안해. 그런 일, 다시는 없을 거야.”
윤성빈이 이렇게 먼저 사과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만큼 그 역시 후회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채시아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처음 안았던 순간’은 결혼 첫날이 아니라 학창 시절이었다. 비 오는 밤, 자신을 구하러 왔던 윤성빈이 젖은 어깨로 자신을 감싸 안아주던 그날.
“아마, 그때부터 당신을 좋아했을 거예요. 정말 많이, 아주 많이요...”
채시아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분명 사랑 고백 같은 말인데, 윤성빈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결혼할 때만 해도 그녀는 확실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그때부터 좋아했을 거라는 말은 마치 그 전까진 아니었다는 뜻처럼 들렸다.
그의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채시아가 다시 말했다.
“그때 당신은 정말 멋졌어요. 나랑은 안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죠. 당신 같은 사람을 내가 감히 사랑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윤성빈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 역시 처음엔 이 사람과 결혼하게 될 줄 몰랐다. 열 살 무렵 처음 보았을 땐 작고 마른 아이였지만 세상 누구보다 환하게 웃던 얼굴이 아직도 선했다.
“우리,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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