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화

윤성빈의 계좌가 해킹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늘 새벽에 전화를 받았을 때 허준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누구 짓인지는 알아냈어?” 의아한 표정을 짓던 그의 얼굴은 곧 안정을 되찾았다. “아직입니다.” 허준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저희가 알아차렸을 때 돈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요.” 이상하게도 윤성빈의 계좌를 해킹한 사람은 고작 1조 4천억만 빼돌렸다. 이런 배짱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은행을 해킹하지 않고 윤성빈의 개인 계좌를 해킹한 것으로 봐서는 윤성빈을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루 이내로 당장 알아내.” 윤성빈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사실 한 사람의 계좌를 해킹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돈을 이체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고 그게 관건이었다. 윤성빈 계좌의 돈은 숫자가 사라졌을 뿐, 돈이 성공적으로 이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말 없어지더라도 그에게는 별일 아니었다. 한편, 조나연은 아침 일찍 일어나 채하진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려고 문을 열었지만 아이는 아직 단잠에 푹 빠져있었다. “오늘은 왜 이러지?” 평소, 채하진은 학교에 갈 때 누가 깨울 필요도 없이 제시간에 일어났었다. 조나연은 앞으로 다가가 아이가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차마 그를 깨울 수가 없어서 아이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웬일이야? 한 번쯤 지각하는 것도 괜찮아.” 어젯밤, 윤성빈의 개인 계좌를 해킹하기 위해 애를 썼던 채하진은 새벽 네다섯 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그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9시 반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미간을 찌푸리는 아이의 모습은 윤성빈과 똑 닮은 듯했다. “늦잠 잤네.” 채하진은 윤성빈처럼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늦게 일어난 날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뜻밖에도 조나연이 소파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났어? 오늘은 지각이네?” 조나연에게 덜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