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조나연은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전화기 너머로 듣기 좋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왔어.”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고 운전기사한테 차를 세우라고 했다. 잠시 후, 하이힐을 신은 그녀가 근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레스토랑 전체를 빌린 신도영 때문에 그 안에는 종업원 외에 신도영 한 사람뿐이었다. 남자는 흰 가운을 벗지 않은 채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이 없는 남자의 모습은 그녀가 마음에 품고 있는 그 남자 못지않게 신사다워 보였다. 조나연은 이내 시선을 거두며 자신을 향해 한 소리 했다. 신도영 같은 남자는 겉만 번지르르한 남자인데... 그녀가 앞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도영 씨.” 정신을 차린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165cm의 키에 머리를 묶고 있는 그녀, 아직 젓살도 다 안 빠진 그녀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대학생 같아 보였다. 그는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았지만 언제 어디서 만났던지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물어보려는 찰나 뜻밖에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어쩔 수 없이 나온 거야. 아버지한테 협박받은 거라서. 그러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 조나연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나른하게 앉아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부탁인데 어르신한테 말씀드려. 난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당신네 집안에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예단으로 준 그 돈 가져가.” 신도영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단이라고?” 그는 그제야 자신이 할아버지한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 얌전히 일만 하면 조나연과의 결혼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노인네가 벌써 예단까지 줬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몰랐어?” 조나연도 덩달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전에도 말했지만 아이는 책임질게. 하지만 당신은 책임질 수가 없어. 그 대신 보상해 줄게.” 아이? 아이라니? 조나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순간, 신도영이 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