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화

아이의 자극이 어른에게는 꽤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가 그녀를 쳐다보며 입을 살짝 열었다. “미안해.” 그녀도 그를 쳐다보며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괜찮아요.” 아이는 결국 이런 방식으로 아빠의 사과를 받아냈다. “아빠, 매일 혼자 여기에 있는 게 너무 지루해요. 오늘은 엄마랑 같이 나가서 놀아요.” 애교라면 채윤학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윤성빈은 아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 윤성빈은 아이를 데리고 근처에 있는 놀이동산으로 향했다.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아이는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그리 많지 않았다. 채시아는 혹여라도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고 생길까 봐 노심초사하였다. 세 사람은 놀이동산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한참을 걷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아이가 윤성빈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데 그는 아이를 안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 인간은 돈 많고 잘 생기지만 않았다면 평생 결혼도 못했을 것이다. “아빠, 다른 집 아빠들 좀 봐봐요.” 아이가 멀지 않은 곳에서 딸을 어깨에 메고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그곳으로 시선을 옮기던 윤성빈이 싫은 표정을 지었다. “안 돼.” “하지만 아빠, 아빠한테 안기고 싶단 말이에요.” 아이가 그 자리에서 서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발로 차면 안 돼.” 아이한테 경고를 하고 나서야 그가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아이는 이번에 훼방을 놓지 않고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겨 이곳저곳을 가리켰다. 이것도 놀고 싶다 저것도 놀고 싶다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아빠, 빨리 판다 잡아서 엄마한테 줘요.” “아빠, 진짜 대단해요.” “아빠, 저거 먹고 싶어요.” “아빠 진짜 최고예요.” 아이는 그에게 안긴 후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편, 말끝마다 아빠라는 소리에 윤성빈은 그가 박지훈의 아들이라는 사실까지 잊을 뻔했다. 오후부터 해질녘까지 아이를 안고 있다가 아이가 그의 등에 엎드려 잠이 든 뒤에야 이 소꿉놀이는 비로소 끝이 났다. “내가 안을게요.” 그녀가 손을 뻗었다.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