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겁에 질린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를 감쌌고, 모든 것이 멈추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채시아, 나 화나게 하지 마.” 윤성빈의 숨소리가 가빠지고 채시아는 그의 말이 어렴풋이 들릴 뿐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공허했다. “영원히 나한테 손댈 일은 없다면서, 지금 뭐 하는 건데요?” 그녀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 윤성빈은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채시아가 말을 이어갔다. “당신이 이러는 거 당신 애인도 알아요? 알면 엄청나게 화낼 텐데.” 한때 채시아는 윤성빈이 매정하면서도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가 전혀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 애인 얘기에 윤성빈은 임수아를 말한다는 걸 알았다. “박지훈이랑 있을 때는 그런 생각 안 해봤어?” 촌철살인이었다. 윤성빈은 여자 때문에 자존심을 굽히는 일이 없었고 게다가 상대가 채시아였기에 더더욱 거침없이 조롱했다. “너같이 말라서 뼈만 남은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도 있을 줄이야.” 말하며 그는 이미 옷을 다 입었다. 채시아는 이명이 들리며 밑에서 무언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윤성빈이 떠나기 전 그녀가 이렇게 물었다. “윤성빈 씨, 내가 죽으면 슬퍼할 거예요?” 죽어? 윤성빈은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그는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 “내일 청림으로 돌아가.” 채시아는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윤성빈이 떠난 뒤 이불을 걷어내자 다리 사이로 피가 낭자했다... 윤성빈은 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채시아가 사는 아래층에서 구급차 소리가 울려 퍼진 걸 모른다. 다음날 병원, 채시아는 침대에 기대어 있었고 박지훈이 곁에서 그녀를 돌보고 있었다. 어젯밤 병원에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아기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이 벌어지고 채시아는 윤성빈을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더욱 굳혔다. 띠링. 휴대폰을 확인하니 해외로 도망친 최익순의 연락이었다. [채시아, 너 살아있으면 엄마 대신 이 대표 좀 달래줘. 엄마랑 선우가 은혜는 잊지 않을게.] 채시아는 답장도 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