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화

그러나 의외로 그 외국인들은 뒤를 쫓아오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자 그녀는 숨을 크게 쉬며 고개를 들었고 순간 윤성빈은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의 입 모양으로 그녀는 대충 그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남자의 손을 놓았고 그와 더 이상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사람이 많은 곳으로 걸어갔다. 윤성빈이 성큼성큼 다가와 손목을 잡았다. “맞았어?” 그동안 그는 줄곧 채시아를 따라다녔다. 오늘 그녀가 호텔로 가는 것을 보고 따라갔는데 뜻밖에도 복도에서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거 놔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윤성빈은 그녀를 놓으려 하지 않았고 그녀의 턱을 감쌌다. 얼굴에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호텔 입구를 돌아보니 두 명의 외국인 남자가 여전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윤성빈은 그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번쩍 안아 차에 태웠다. 채시아의 보청기가 떨어져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을 알고도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한 손으로 채시아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주소를 보낸 다음 전화를 걸었다. “사람들 데리고 와서 이곳을 포위해. 누가 시아한테 손을 댔는지 똑똑히 알아봐. 한 사람도 놓치지 말고.” 전화를 끊고 그는 운전기사한테 근처의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병원을 발견하고 그녀는 몹시 당황했다. “병원에 안 갈 거예요. 당장 내려줘요.” 병원에 갔다가 혹여라도 임신이 알려지면 큰일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말 들어.” “병원 안 간다고요. 당장 내려줘요.” 채시아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그 모습에 윤성빈은 흠칫했고 운전기사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윤 대표한테 이렇게 소리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윤성빈이 화를 낼 줄 알았는데 그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그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채시아는 오른손으로 그의 손을 세게 비틀어 손가락에서 피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