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0화

순간, 마음이 긴장해졌다. 그러나 허준의 말에 그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합니다.” 혈연관계가 아니다... 그러니까 채시아는 그를 속이지 않았고 두 사람의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것이었다. 채윤학과 또 다른 아이는 그녀와 박지훈의 아이였다. 윤성빈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목구멍은 불에 탄 듯 뜨거웠다. “알았어.” 전화를 끊고 난 뒤, 차 안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자신의 손등에 남은 이빨 자국을 보며 그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채시아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지 알게 되었다. 그는 집이 아니라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 한편, 집으로 돌아온 채시아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오경숙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엄마.” “엄마.” 두 아이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채시아는 윤성빈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채하진, 채윤학. 뽀뽀.” 그녀는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엄마, 언제 와?” 채윤학은 커다란 눈을 반짝였다. “조금만 기다려. 엄마 곧 갈 거니까.” “엄마, 형이랑 나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엄마도 하진이랑 윤학이가 보고 싶어.” 이때, 채하진이 화면 앞으로 다가왔다. “엄마, 저녁에 우유 마시는 거 잊지 마. 비타민 꼭 챙겨 먹어.” “알았어.” 한 아이는 성숙했고 한 아이는 장난기가 많은 귀여운 아이였다. 두 아들을 보며 그녀는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 때문에 그녀는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혼자서 두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언제든지 닥칠 위험에 대해 대비해야 했다.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잘 배워야 할 것 같았고 방호 무기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마치고 그녀는 잠자리에 들었다. 한편, 오경숙은 아이들한테 일찍 자라고 하였다. 내일은 채윤학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두 아이는 일부러 자는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