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화
밖에는 눈보라가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채시아는 아주 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귓가를 맴돌던 목소리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임신했다고요?”
“네, 벌써 8주 차입니다.”
의사의 말에 김예화의 눈빛이 달라졌다. 분노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놀람과 기쁨이 스쳤다. 8주라면 두 달 전이었는데 그때는 윤성빈과 함께 살고 있을 때였다.
‘이 아이는 성빈이 아이야.’
“선생님, 제발 부탁드려요. 산모는 물론이고 뱃속 아기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사모님.”
그러나 김예화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의 아들은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채시아의 뱃속에 있는 손자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했다.
그녀는 급히 병실을 나서 윤성빈이 있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그 순간, 채시아의 눈꺼풀이 천천히 떨렸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어둠이 조금씩 걷히고 흐릿하던 시야가 또렷해졌다. 본능적으로 손이 아랫배로 향했고 시선을 내리자 붕대로 단단히 감긴 다리가 들어왔다.
“채시아 씨, 깨어나셨어요?”
약을 갈고 있던 간호사가 놀란 듯 다가왔다.
채시아는 메마른 입술을 간신히 열었다.
“아이, 제 아이는요.”
“아이는 괜찮아요. 시아 씨는 타박상 정도는 다리 부상이 좀 심할 편이에요.”
간호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윤성빈 씨가 앞을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부상자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자리가 부좌석이었다.
채시아는 곧장 물었다.
“성빈 씨는요? 그 사람은 괜찮아요?”
수술 중에 아득히 들렸던 그 목소리가 다시 귓가를 스쳤다.
“윤성빈 씨는 아직 중환자실에 있어요.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에요.”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간호사가 재빨리 그녀를 막았다.
“지금은 안 돼요. 우선 쉬셔야 해요.”
채시아는 어지럽게 맴도는 머리를 붙들고 다시 베개에 몸을 맡겼다.
그녀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조나연과 곽태민이 급히 병실로 들어왔다.
사고 당시 곽태민은 바로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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