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화

밖에서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고 창밖 대나무 한 그루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깊게 휘어져 있었다. 간호사가 저녁 식사를 가져왔지만 채시아는 몇 숟가락 뜨지도 못한 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때, 병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김예화였다. 아무 말 없이 들어온 그녀는 곧장 창가로 가서 커튼을 닫았다. 예전의 화사하고 정갈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지금의 김예화는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는데 핏기 없는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병실은 숨소리조차 가라앉은 듯 고요했다. 긴 침묵 끝에 김예화가 천천히 돌아서 채시아를 바라보았다. “네 뱃속 아이, 성빈이 아이 맞지?” 채시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김예화의 눈매가 날카롭게 좁혀졌다. “거짓말 마. 임신 시기가 너랑 성빈이가 같이 살던 때잖아.” 채시아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되물었다. “설마 밤에도 저희를 지켜본 건가요?” 그 순간, 김예화의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 윤성빈은 아직 의식을 찾지도 못했는데, 채시아는 아이가 윤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정말로 이 집안을 남의 손에 넘길 셈인가. 김예화의 심장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시아야.” 억지로 감정을 눌러 담은 채, 그녀는 병상 가까이로 다가왔다. “내가 전에 너한테 너무 모질게 굴었던 거, 알아. 하지만 이런 일은 거짓말로 넘길 문제가 아니야.” 그녀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아이가 우리 윤씨 가문의 핏줄인지 아닌지는 네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채시아는 시선을 떨구었다. 김예화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강했고 모든 걸 손에 쥐고 있으려는 사람이었다. 지금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이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녀의 품에 안길 수 없을 것이다. “사모님. 전 이미 말씀드렸어요. 믿기 어려우시면 직접 아드님한테 물어보세요.” 김예화의 표정이 굳었다. “네가 성빈이 얘길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 애가 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지 알아? 널 구하다가 그렇게 된 거야. 그리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