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화

채시아는 당황스러운 듯 윤성빈을 바라봤다. 윤성빈은 오직 소리로만 그녀의 위치를 짐작하고 있었다. “화장실 데려다줄 수 있어?” 채시아는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었다. “알겠어요.” 그녀는 윤성빈을 부축해 병상에서 일으켰다. 화장실에 데려가 위치를 알려준 뒤, 곧장 밖으로 나왔다. 얼마쯤 지나지 않아, 안에서 큰 소리가 나자 채시아는 놀라 급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윤성빈이 실수로 세면대 위에 놓여 있던 유리컵을 떨어뜨렸고 그것을 줍다 손이 베인 상태였다. 손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손 다쳤잖아요!” 채시아는 당황해서 그를 말리려 했다. 그 순간, 윤성빈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어젯밤에도 했던 그 질문을 다시 꺼냈다. “내가 싫어진 거야?” 채시아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말없이 그의 손을 살짝 떼어냈다. “간호사 불러서 손부터 치료해요.” 10분쯤 지나, 간호사가 와서 화장실을 정리했고 병실 안의 깨지기 쉬운 물건들은 모두 치워졌다. 윤성빈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간호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간호사는 붕대를 감으며 몰래 그의 얼굴을 몇 번이고 힐끔거렸다. 상처투성이어도 본래의 고귀한 인상은 가려지지 않았다. 붕대를 다 감고 나자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시아 씨, 치료 끝났어요.” “감사해요.” 채시아는 문밖으로 나가는 간호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일어나 문을 닫았다. 어젯밤 윤성빈이 내내 잠들어 있어서 아직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다. 의사는 뇌 신경 손상으로 인한 기억 상실이라 했지만 채시아는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성빈 씨,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오히려 질문이었다. “내 이름이 성빈인 거야?” 채시아는 말문이 막혔다. 자기 이름조차 잊은 걸까. “그래요.” “그럼, 어젯밤에 왔던 그 여자가 정말 우리 어머니야?” 기억이 없어도 윤성빈은 대화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었다. 채시아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 윤성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난 아무것도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