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화
윤성빈은 채시아를 안고 있던 팔을 천천히 풀었다. 그의 얼굴은 금세 늘 그랬던 것처럼 싸늘하고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채시아는 잠시 그가 정말 기억을 잃은 줄 알았다가 방금 전 자신의 말에 자극을 받아 연기를 멈춘 거라고 여겼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하게 말했다.
“이혼 소송, 다시 진행할 거예요.”
가방을 챙겨 병실을 나서자, 복도 끝에 김예화가 서 있었다. 그녀는 채시아가 나오자 길을 막았다.
“우리 성빈이가 이렇게 됐는데도 너 정말 이혼하겠다는 거야?”
채시아는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차갑게 시선을 마주했다.
“예전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집안이 무너졌었어요. 제가 청력 잃어가며 우울증에 시달릴 때 단 한 번이라도 절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김예화의 얼굴이 굳었다.
“당신 아들이 한 번도 절 건드린 적 없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임신약을 한 봉지 두 봉지 제 손에 쥐어줄 때 절 생각해본 적 있냐고요?”
대꾸할 말을 잃은 듯 김예화의 입술이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곧 이를 악물고 매섭게 말했다.
“그래도 네 뱃속엔 우리 윤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어. 이혼을 하더라도 그 아이는 두고 가야 해.”
채시아는 어젯밤 동정심에 휩쓸려 진실을 털어놓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겼다.
그녀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여사님,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할까요. 제 뱃속 아이는 윤성빈 씨 아이가 아니에요.”
김예화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믿기지 않으면 직접 당신 아들한테 물어보세요.”
물어보라고? 병실 쪽으로 시선을 돌린 김예화는 멍하니 앉아 있는 아들을 바라봤다. 기억을 잃은 그는 자기 이름조차 더듬는 상태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뱃속의 아이가 누구의 핏줄인지 알겠는가.
“시아야, 넌 왜 이렇게 변했어?”
김예화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네가 능력은 없어도 우리 성빈이를 진심으로 아끼는 착한 애라고 생각했어. 근데 지금의 넌 정말 역겹구나.”
그 말은 거의 저주처럼 떨어졌고 김예화는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채시아는 눈도 깜빡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