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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결국 이혼은 성사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윤성빈뿐만 아니라 허준조차도 충격을 받았다. 늘 조용하고 유약하던 채시아가 오늘은 마치 사나운 어미 호랑이 같았으니까. 그들은 윤성빈의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에 올랐다. 차가 달리는 내내 누군가가 몰래 뒤를 밟았다. 오늘 밤, 또 어떤 뉴스가 터져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채시아는 뒷좌석에 앉아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윤성빈은 바로 옆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낮게 입을 열었다. 채시아는 그 말을 듣고도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윤성빈의 심장은 갈라지는 듯했다. 보이지 않는 눈과 들리지 않는 목소리, 그 공허함이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내 기억 속의 너는 늘 나를 사랑했어. 나도...” ‘사랑했어.’ 뒤따라 나와야 할 네 글자는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늘 법원에서 들은 그녀의 말에는 온통 원망만 가득했으니까. ‘그래 나는 예전에도 시아를 그렇게 대했구나.’ 채시아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무릎 사이에 묻었고 눈물이 터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참았다. 이토록 오랜 세월을 견뎠는데도, 세상은 그녀를 윤성빈 덕을 본 여자라고만 여겼다. 그가 눈이 멀자, 그녀가 이혼을 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잔인한 년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눈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윤성빈의 청각은 비정상적으로 예민했다. 그는 아주 미세한 훌쩍임 소리를 들었다. 큰 손이 천천히 올라와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미안해.” 순간, 채시아의 몸이 굳었다. 윤성빈이 이렇게 말하는 걸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채시아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서 남자의 손이 어색하게도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당신 왜 하필 기억을 잃은 거예요?” 그러나 그녀는 곧 그의 손을 떼어냈다. “만지지 마요.” 그의 손이 허공에 머물다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래.” 채시아는 그제야 확신했다. 이 사람이 정말로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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