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화
채시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허준이 윤성빈과 몇 마디를 나눈 뒤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바라봤다.
가까이 다가온 허준의 눈가가 희미하게 붉어 있었다.
“시아 씨, 이건 아무리 봐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불시에 날아든 날 선 목소리에 채시아의 심장이 작게 움찔였다.
허준은 잠시 윤성빈을 돌아본 뒤 낮게 이어 말했다.
“대표님이 이렇게 된 건 전부 시아 씨를 구하려다 그랬던 겁니다. 그런데도 대표님께서 기억을 잃은 걸 이용해서 이혼을 하겠다고요?”
채시아는 잠시 전 로비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보고 혹시 또 연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었었다. 그러나 지금 허준의 말에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용? 무슨 뜻이에요?”
그녀는 낮고 단단하게 물었다.
“성빈 씨가 사고를 당하고 기억을 잃기 전부터 전 이미 이혼을 원했어요.”
그 말과 함께 채시아는 허준 곁을 지나 윤성빈 앞에 섰다.
“나 왔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머리 위로 떨어지자 윤성빈의 가슴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채시아를 보지 않은 채,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 비서.”
허준이 재빠르게 앞으로 나섰다.
“대표님, 여기 있습니다.”
“가자.”
낮고 단단한 목소리는 기억을 잃지 않았던 예전의 그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앞서 걸었고 채시아는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
이혼 접수 창구.
서류를 들여다보던 직원은 윤성빈이 시력을 잃었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자료를 확인하다가 잠시 멈춰 고개를 들었다.
“두 분, 다섯 해 전에 이미 한 차례 이혼 신고를 하셨네요. 그리고 최근에 소송도 제기하셨지만 법원에서 기각됐고요.”
“맞아요.”
채시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사람이 동의했어요.”
직원은 다시 서류를 넘기다 윤성빈의 이름에서 손끝이 멈췄다. 최근의 뉴스들이 뇌리를 스쳤고 그는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홍정 그룹의 주인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니...
직원은 순간 말을 고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윤 대표님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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