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채시아는 창밖의 하얀 구름을 바라보다 문득 4년 전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몸과 마음이 다 지쳐 있어 박지훈의 도움을 받아 가짜 죽음을 꾸미고 해외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쌍둥이를 낳았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지만 불행히도 올해 3월, 체중이 부족해 조산한 작은아들 채윤학이 혈액 세포의 악성 클론성 질병, 즉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의사는 채시아에게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그 후 몇 달 동안 채시아는 윤성빈의 정자를 구하려 애썼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이식 치료는 빨리할수록 좋았기에 채시아는 결국 국내로 돌아가서 직접 윤성빈에게서 정자를 채취해야 했다. 작은 아들이 아니라면 절대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고 절대 윤성빈을 찾지도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채시아의 절친 조나연이 메시지를 보냈다. [요즘 좀 바빠. 나 돌아가면 먼저 윤성빈 씨 일 처리하고 임수아 그 사람도 단단히 교육하자.] 조나연은 채시아가 대학 시절에 만난 친구였다. 그 후 그녀는 해외에서 공부를 하러 갔고 채시아 또한 결혼을 한 다음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던 4년 전, 채시아가 에스토니아에 왔을 때 우연히 조나연을 다시 만났다. 채시아는 조나연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 그리고는 휴대폰을 끄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 도항시. 여름만 되면 이곳엔 비가 끊임없이 내렸다. 채시아가 비행기를 내린 시간은 이미 저녁 7시였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에 그녀는 한동안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내 공항을 나서자 호화로운 차 한 대가 정확히 채시아 앞에 멈춰서더니 운전자가 내려서 정중하게 차 문을 열어줬다. “채시아 씨, 타십시오.” 채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러자 운전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습니다. 저희 사장님 친구시잖아요.” “사장님께서 이미 미리 숙소를 준비해 두셨습니다.” 운전자가 말한 선생님은 바로 박지훈이었다. 4년 전 박지훈에게 도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