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엄마, 도착했어?” “내가 없는 밤에도 잠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 한 잔 꼭 마시고 자.” “그리고 비타민도 잊지 말고 자는 동안 이불 꼭 덮어. 안 그러면 감기 걸려.” “엄마, 캐리어 안에 나랑 윤학이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 두 개 넣어놨으니까 잠이 안 오면 그거 안고 있어.” 채시아의 큰아들, 채하진은 말을 안 하고 싶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말을 시작하면 마치 어른처럼 끝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이였다. 그게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채시아는 아이가 오히려 자신보다 더 어른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알았어. 엄마가 다 기억할게.” 채하진의 말이 끝나고 채시아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우울증과 약간의 난청이 있었고 임신 초기엔 자주 불면증에 시달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병이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았지만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다. 두 아들이 점점 커가면서 그들은 점점 더 채시아를 돌보는 법을 배웠다. 마치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구원자처럼 두 아이는 채시아의 전부가 되어주었다. 채시아는 채하진의 말대로 우유를 마시고 비타민을 먹은 뒤, 짐을 풀어 결국 두 개의 토끼 인형을 발견했다. 그 인형은 채윤학과 채하진이 함께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었고 아직도 그 인형에서 희미한 우유 냄새가 났다. 그날 밤, 채시아는 인형을 품에 안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깨어나자마자 채시아는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윤성빈 씨 오늘 돌아옵니다. 밤 9시, 주경 호텔에서 자선 경매가 있습니다.] 채시아는 이미 국내에서 윤성빈에 대해 조사를 했고 그가 해외 프로젝트를 처리 중이라는 것과 곧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4년이 지나면서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았지만 다시 그 남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밤 9시, 자선 모임이 시작되었다. 윤성빈과 같은 권력 있는 사람들은 전용 VIP 룸에서 경매에 참석하며 입찰은 모두 비서나 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