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채시아의 손끝이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잔뜩 굳었다. 그녀의 경직된 반응을 느낀 윤성빈은 조용히 채시아의 손을 감싸 쥐었다. 애틋하지만 거센 키스가 급하게 이어졌고 채시아는 등을 곧게 편 채 마음속 깊은 거부감을 꾹꾹 눌러 참았다. ‘아직 하진이랑 윤학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채시아는 이내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이렇게 순순히 따르는 척하며 아이부터 먼저 갖자고. 그래서 어설프게 윤성빈의 키스에 반응을 보였다. 윤성빈은 잠시 멈칫하더니 금세 셔츠 단추를 풀며 허리띠를 느슨히 풀었다. 방금 막 샤워를 마친 채시아의 몸에서는 깨끗한 향이 은은하게 풍겨왔고 그 향에 자극된 윤성빈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채시아를 거실 소파에 눕히고는 채시아의 목욕가운을 확 젖혔다. 그러자 채시아는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채시아는 애써 윤성빈을 보지 않았고 대신 천장에 켜진 따스한 조명을 응시했다. 이내 머릿속에는 통제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임수아가 보냈던 윤성빈과 함께 찍힌 수많은 다정한 사진들. 그리고 예전에 임수아가 했던 말도 떠올랐다. “시아 씨, 그 사람이 당신을 진짜 사랑한 적 있긴 해요? 예전엔 자주 저한테 사랑한단 말 했었거든요.” 남자의 뜨거운 체온이 점점 가까워지자 채시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윤 대표님, 저희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그 유명한 임수아 배우님이 질투라도 하면 곤란해지시는 거 아닌가요?” 결정적인 순간, 채시아의 한마디가 분위기를 깨버렸다. 윤성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채시아, 계속 이렇게 바보 연기할 거야?” 채시아는 옆에 떨어져 있던 목욕가운을 급히 집어 들고 몸을 가렸다. “무슨 말씀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그녀의 태도에 윤성빈은 몇 년 전 그 밤을 떠올렸다. 서로를 탐하며 욕망에 휩싸였던 그 밤. 목이 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에 윤성빈은 길고 날렵한 손으로 채시아의 창백해진 얼굴에 다시 손을 뻗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 돌아온 이유가 뭐야?” 4년 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