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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채시아는 약을 레드와인에 섞은 뒤, 과감하게 어깨가 드러나는 붉은 슬립 원피스로 옷을 갈아입곤 윤성빈 앞에 다가가 와인을 따라 건넸다. “한잔하세요.” 윤성빈은 채시아의 모든 행동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긴 손으로 와인잔을 받았지만 마시지는 않고 먼저 말을 꺼냈다. “열 살 때 시골에서 도항시로 돌아왔지. 우리가 처음 만난 것도 그때였어.” 채시아는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일을 그가 아직 기억하고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다시 윤성빈에게 와인을 권했다. 그러나 윤성빈은 와인잔을 다시 그녀 쪽으로 밀어내곤 단호하고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 “먼저 마셔.” 눈앞에 놓인 약이 든 술을 바라보며 채시아는 망설이지 않았다. 윤성빈은 눈치가 빠르니까 조금이라도 의심을 사면 바로 들킬 게 뻔했다. 그녀는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와인이 목으로 넘어가자 씁쓸하고 알싸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윤성빈은 오랜 세월 비즈니스 세계를 헤쳐온 사람이니 상대의 사소한 흔들림조차 간파해 버릴 것이다. 채시아는 다시 잔을 채워 윤성빈 앞에 내려놓았다. “이번엔 대표님 차례예요.” 윤성빈은 잔을 들어 천천히 흔들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두를 것 없어. 먼저 네 기억부터 다 꺼내봐.” 기억? 십여 년을 함께했던 추억을 어떻게 단번에 털어놓을 수 있을까? 채시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에어컨이 켜진 실내였지만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채시아는 손바닥을 세게 꼬집으며 정신을 다잡았다. 예쁜 갈색 눈동자로 윤성빈을 바라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억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되잖아요. 지금 이렇게 늦었는데 다른 거 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세요?” 채시아는 흰 손으로 잔을 들어 윤성빈에게 건넸지만 자신도 이 방법이 통할지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윤성빈의 차가운 눈빛 속에 채시아의 지금 모습이 그대로 비쳤다. 그러자 그는 문득, 4년 전 채시아와 박지훈이 함께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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