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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하지만 채하진은 이미 그를 기다리며 차분하게 서 있었다. 윤지안은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네가 마음에 안 들어. 오늘 집에 가서 부모님께 전학 가겠다고 해.” 채하진은 아무 일도 없듯이 세면대 앞에서 손을 깨끗이 씻으며 물었다. “왜?” “내가 선명 그룹, 즉 홍정 그룹의 차기 후계자니까!” 윤지안은 오만하게 말했다. 도항시에서 홍정 그룹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날 화나게 하면 너와 네 부모님 모두 큰코다칠 거야. 이 학교도 홍정의 지원을 받는 곳이니까. 내가 가라고 하면 넌 무조건 가야 해.” 채하진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아버지가 회사를 남에게 준다는 건 들어본 적 없는데...’ “아, 그래.” 윤지안은 그가 동의한 줄 알고 기뻐했다. 그런데 채하진은 이어 말했다. “안 갈 건데?” 윤지안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참지 못하고 발로 차려고 했지만 채하진은 재빨리 막아냈다. 해외에 있을 때 채하진은 어머니와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주짓수를 배웠다. 몇 분 후, 화장실은 윤지안의 항복 소리로 가득 찼다. “아직도 전학 가라고 할 거야?” “안 해...” “일러바칠 거야?” “안 할게...” 윤지안의 얼굴은 두들겨 맞아 통통해져 순해 보였다. 채하진은 다시 손을 씻으며 말했다. “기억해. 만약 일러바치면 만날 때마다 한 대씩 추가다.” 윤지안은 말이 없었다. ‘이렇게 창피한 일은 절대로 말하지 않을 거야. 난 진정한 사나이니까.’ 한편, 채시아는 조나연이 전화를 받고 다급하게 자리를 떠나 혼자 사람들 속을 걷고 있었다. 오랜만에 도항시 거리를 거니는 것이었다. 한여름의 날씨는 변덕스러워 금방 흐려지더니 곧 천둥번개와 함께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채시아는 한 건물 처마 아래에 서 있었다. 그때, 벤틀리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췄다. 창문이 내려가며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타.” 윤성빈은 운전석에 앉아 입을 열었다. 채시아는 잠시 망설이다 뒷좌석 문을 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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