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그는 경계하는 척하며 말했다. “할머니, 선생님께서 남의 집안을 함부로 묻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김예화는 말문이 막혔다. 사실 지나치게 캐물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 아이가 정말 영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나이에 이미 낯선 사람을 경계하다니.’ “미안하다. 할머니가 잘못했어.” 그녀는 채하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아이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김예화의 손이 허공에 멈춰 있는 사이, 윤지안은 평소 자신에게 관심 없던 할머니가 채하진에게만 호의를 보이자 속상했다. “할머니, 우리 다른 데 구경하러 갈게요.” 김예화는 붙잡을 수 없어 말했다. “그래. 즐겁게 놀다가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렴.” 아이들이 사라진 후에도 그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예화는 비서를 불러 지시했다. “저 아이의 신원, 특히 부모를 조사해 봐.” ‘너무나 성빈이를 닮은 이 아이... 만약 성빈이가 아이를 가졌다면 분명 이렇게 생겼을 거야.’ “그런데 성빈이 왔어?” 비서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한 시간 남았습니다. 오시는 중일 겁니다.” 김예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오면 반드시 적합한 아가씨를 소개해 얼른 손주를 볼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채시아와 조나연은 파티 전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눈에 띄지 않길 원해 심플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오히려 단순한 옷일수록 채시아의 아름다움이 더욱 부각되었다. 조나연은 감탄했다. “와, 진짜 예뻐. 다른 사람들은 옷이 사람을 돋보이게 하지만 넌 사람이 옷을 빛나게 하는구나.” 채시아의 미소는 더욱 주변을 매료시켰다. 사실 조나연도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자연스러운 미인으로 첫눈에 뛰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계속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나오자 운전기사는 눈이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씨 가문 저택으로 가는 차 안에서 채시아는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았던 게 5년 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