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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채시아가 말을 이었다. “여자라면 대부분 예쁘게 꾸미고 싶어 해요. 기억을 잃기 전에 꾸미는 걸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그러지 못했을 뿐이에요.” 윤성빈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러니까 나 때문에 꾸미지 못했던 거야? 나를 위해서 참았던 건가?” 채시아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저는 짙은 화장을 하기 좋아하고 화려한 옷을 입는 걸 좋아해요. 아, 값비싼 액세서리를 사는 것도 좋아하고요.” 예전에 채시아가 회색 옷을 입고 화장도 하지 않았던 건 윤성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채시아의 가족이 윤성빈을 속였기에 눈치가 보여서 감히 꾸미지도 못했었다. 어느 한번은 빨간색 치마를 입고 마당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윤성빈이 다가와서 비웃었다. “채씨 가문 사람들은 남을 속이고도 편하게 잘 사나 봐. 본인이 얼마나 추악한 인간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날 뒤로 채시아는 집에서 회색 옷만 입었고 감히 웃지도 못했다. 채시아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윤성빈은 그녀가 꾸미기 싫어한다고 제멋대로 생각했다. 채시아는 주먹을 꽉 쥔 채 그를 노려보았다. 윤성빈은 그녀의 어깨에 기대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말했다.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 윤성빈이 채시아의 허리를 감싸안자 그녀는 흠칫 놀랐다. “나는 왜 당신이 나를 싫어하는 것만 같지?” 채시아는 기가 막혀서 한숨만 내쉬었다. 그 말을 해야 할 사람은 분명 채시아였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놓아주세요.” 윤성빈은 채시아를 더 꽉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채시아, 내가 너를 얼마나 애타게 찾아다녔는지 알아? 너는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거야. 내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지도 않겠지.” 채시아는 기억을 잃은 것처럼 연기한 것이 후회되었다. 만약 연기하지 않았다면 윤성빈이 그 말을 뱉었을 때 제대로 따질 것이다. 그는 채시아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아파했는지 절대 모를 것이다. 약효가 나타나긴 했지만 윤성빈은 그대로 잠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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