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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독한 말을 남기고 서강준은 바로 한미주를 데리고 경매장을 떠났다. 엉망이 된 몰골로 임지안은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서강준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뉴스 헤드라인은 죄다 서강준과 한미주가 한밤중 호텔을 드나드는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임지안은 무표정하게 화면을 넘겼다. 사진 속 한미주는 흰 드레스를 입고 부드러운 눈매를 하고 있었다. 언니 임지현과는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동안 서강준은 수없이 많은 임지현 대역을 찾아왔지만 이 여자가 그중 가장 닮았다. 그래서 그도 한미주를 가장 아꼈다. 임지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말없이 아침 식사를 이어갔다. 속이 쓰려왔지만 이제는 익숙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정장을 차려입은 서강준이 들어섰다. 식탁에 앉아 있는 임지안을 보자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도 집에 있었어?” 그의 목소리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반달 뒤에 나한테 결과를 보여주겠다더니 준비는 안 하고 뭐 해?” 임지안은 고개를 들어 서강준을 바라봤다.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속에서 토가 밀려 올라왔고 입안 가득 비릿한 맛이 차올랐다. 그녀는 급히 일어나 욕실로 뛰어갔다. 세면대에 몸을 기대고 헛구역질하다 피 섞인 침을 토해냈다. “사모님, 혹시 입덧하시는 건가요?” 도우미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서강준의 얼굴빛이 급변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임지안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너 임신했어?” 그의 머릿속에 두 달 전 그가 술에 취한 채 그녀와 침대에서 서로를 괴롭히듯 얽혀 있던 그 밤이 떠올랐다. “병원에 가서 지워.” 뭔가를 알아차린 듯한 표정으로 서강준은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뗐다. “그래서 그 반달 뒤의 결과가 이거야? 애로 너를 괴롭히는 걸 포기하게 하려는 속셈인 건가.” 손목을 뿌리치며 임지안은 아픔을 참아냈다. “걱정하지 마. 임신 안 했어. 앞으로도 절대 네 아이를 가질 일은 없을 거야.” “못 믿겠군.” 서강준은 그녀를 억지로 끌어내며 말했다. “병원 가자.” “안 가!” 임지안이 버티자 그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 가는 걸 무서워하던 사람이 아니었잖아. 오늘은 왜 이렇게 거부하는 거야? 미쳤어?” 씁쓸하게 웃으며 임지안이 대답했다. “응, 나 미쳤어.” “좋아, 안 가겠다 이거지?” 서강준은 그녀를 놓아주고 도우미를 향해 고개를 돌려 냉정하게 말했다. “낙태약 가져와.” 도우미는 두려움에 떨며 곧 검붉은 약을 들고 왔다. 서강준은 임지안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 말했다. “마셔.” 임지안은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억지로 약을 마셨다. 뜨거운 불길이 위장을 태우는 듯했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몸을 웅크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임지안은 피를 토하고 눈앞이 까매지며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임지안!” 다소 다급해진 서강준의 목소리였지만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사람들의 대화가 들렸다. “환자분은 임신도 아닌데 왜 낙태약을 먹인 거죠?” 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일단 위세척을 해야 합니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임지안은 눈꺼풀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차가운 위세척 관이 목을 타고 들어올 때 온몸이 떨렸다. 암에 잠식된 위벽은 이미 너무 약해져 있었고 찢겨나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조금만 참으세요.” 간호사가 조심스레 다독여줬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끝없이 늘어진 듯했다. 임지안은 시트를 꽉 쥐고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 수술실에서 나올 때쯤 마취도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간신히 눈을 떠보니 주치의가 검사 결과를 들고 있었다. 그는 망설이다가 결국 서강준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대표님, 사모님의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심각하다니?” 서강준은 짜증스럽게 말을 끊었다. “그냥 약 좀 잘못 먹은 거잖아. 위세척까지 했는데 뭐가 그렇게 심각해?” 의사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단순히 약 문제만은 아닙니다. 검사 결과, 사모님께서는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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