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0화
그는 큰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화국으로 향했다. 모든 걸 마치고 돌아가던 중 습격을 당했고 소지하고 있던 귀중품을 모두 빼앗긴 채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 길거리에 버려졌다.
섣달 그믐날 밤이었는데 동양인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날을 알 리가 없었기에 그들에겐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하필이면 눈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당시 현재혁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걸 알아채고 찾기 시작했다면 소승원은 진작에 죽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섣달 그믐날 밤에 얼어 죽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때 맞은편에서 웃고 떠들며 한국어로 얘기하는 일행을 발견했다.
사실 이전에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자포자기한 그는 차가운 벽에 기대어 그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두 소녀가 빨간색의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중 한 소녀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머플러를 건네줬다.
“이거라도 드릴게요.”
소승원은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소녀를 바라봤다.
그의 차가움이 안타깝고 신경 쓰였는지 여자는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소승원은 그해 섣달 그믐날 밤 한여름의 산들바람과 같은 미소를 지닌 소녀를 잊지 못했다. 그 미소는 얼어붙은 그의 마음에 따뜻함을 불어넣었고 왠지 모르게 차분하고 편안해졌다.
낯선 나라의 추운 거리에서 그는 일가족의 호의를 얻었다.
초라하고 안쓰러운 그의 모습이 신경 쓰이는 듯 소녀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렸고 잊지 않고 격려를 보냈다.
“포기하지 마요.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될 거예요.”
단지 우연한 만남일 뿐이었다.
그러나 격려의 말 한마디는 추운 밤을 이겨낼 화로 같은 역할이 되었다.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양모 머플러는 매우 부드러웠고 따뜻함과 더불어 은은한 가다니아 향이 느껴졌다.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외투와 머플러, 그리고 주머니에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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