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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쨍그랑. 물컵이 떨어진 소리에 분위기가 깨지고 문재하의 말도 잘려버렸다. 신하린은 깜짝 놀란 토끼처럼 문재하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곧바로 신주은의 병상 곁으로 다가왔다. “언니, 깼어?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미안해. 다 나 때문에...” “그렇게 내가 걱정되면 병실 밖으로 나가 있지 그래? 내 눈에 띄지 않게.” 신주은의 차가운 말에 신하린은 눈물을 더 세게 떨구며 큰 타격이라도 입은 사람처럼 어깨까지 들썩이더니 곧바로 문재하의 곁을 지나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문재하는 그런 그녀를 쫓아가려다가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신주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그때는 제가 미처 반응을 못 했습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신주은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아무런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문재하는 3일 내내 줄곧 신주은의 병실을 지켰지만 신주은은 그에게 단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퇴원하는 날. 별장이 아닌 본가로 온 신주은은 아직 다 낫지 않은 다리를 끌고 서재로 가더니 아무 말 없이 서랍 안에 든 채찍을 꺼내 들었다. 잘못했으면 채찍으로 맞는 게 신씨 집안의 법도였다. 정말 크게 잘못했을 때만 꺼내는 거라 그 강도도 매우 센 채찍이었다. “문재하 씨를 서재로 불러주세요.” 신주은이 집사에게 말했다. 잠시 후, 부름을 받고 들어온 문재하는 채찍을 닦는 신주은의 모습을 보며 흠칫했다. 얼굴이 많이 가라앉은 것이 무척이나 냉랭해 보였다. “경호원으로서 본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니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쵸?” 신주은은 말을 하며 문재하를 빤히 바라보았다. 동공이 조금 흔들리는 것이 상당히 당황한 것 같았다. 하긴 한 가문의 후계자인 자신이 집안사람도 아닌 생판 남의 손에 맞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지금 저거로 날 때리겠다는 말인가...?’ 신주은은 문재하를 빤히 바라보다 갑자기 피식 웃었다. 망설이는 모습이 웃겨 미칠 것 같았다. 이쯤 하면 성질대로 화를 내고 경호원 같은 거 더러워서 안 한다며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만도 한데 문재하는 지금 망설이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 지금 그만두면 더 이상 신하린을 볼 명목이 사라지니까. 신주은은 심장이 욱신거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나올 것만 같았다. “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문재하의 결심에 신주은은 채찍을 꽉 말아쥐더니 그대로 힘껏 손을 위로 올렸다. “안 돼!” 그런데 그때 신하린이 갑자기 쳐들어오며 문재하의 앞을 막아섰다. “언니, 때릴 거면 차라리 나를 때려!” 신하린은 몸을 덜덜 떨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비켜.” 신주은이 차갑게 경고했다. “싫어! 재하 오빠한테 뭐라고 하지 마. 오빠는 그저... 그저 날 지켜주려다가 그런 것뿐이야. 그러니까 벌을 받아야 한다면 내가 받는 게 맞아!” “아가씨, 물러서세요! 이건 제가 받아야 하는 벌입니다.” 문재하가 신하린의 팔을 잡고 뒤로 데려가려는데 신하린은 고집스럽게 앞을 막아서며 좀처럼 비켜주지 않았다. 그 광경에 분노가 더 치밀어 오른 신주은은 결국 채찍을 휘둘렀고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신하린의 비명이 서재에 한가득 울려 퍼졌다. “아가씨!” 문재하 쪽으로 휘두른 채찍이었는데 신하린이 하필이면 그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채찍은 신하린의 몸에 휘둘러졌다. “윽...” 문재하는 휘청이다 결국에는 쓰러진 신하린을 품에 안고는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신주은을 노려보았다. 이건 살기였다. 신주은은 금방이라도 자신의 목을 조를 것 같은 그의 눈빛에 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나가.” 그녀의 말과 함께 문재하는 쓰러진 신하린을 안아 든 채 아무 말도 없이 서재를 벗어났다. 홀로 남겨진 신주은은 휘청이는 다리에 간신히 힘을 주며 덜덜 떨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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