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하나뿐인 여동생
임가윤의 손끝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곧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개발용 샘플을 실수로 잘못 보냈을 뿐이야. 내일 회수하라고 할게.”
휴대폰 너머로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문태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윤아, 너도 속으로는 뻔하잖아. 안 그래? 다시 시작된 인생, 이제는 과거를 완전히 청산하는 게 좋지 않겠어?”
임가윤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문태오가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
배신은 본인이 먼저 했으면서 정작 태연자약한 모습이라니? 마치 잘못한 사람이 그녀인 것처럼 느껴졌다.
속에서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문태오, 어떻게 그런 말을 뻔뻔스럽게 할 수 있지?”
문태오는 그녀의 속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계속해서 무덤덤하게 말했다.
“앞으로 이런 거 다시는 보내지 마. 유치하니까.”
유치하다니?
임가윤은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전생에 분명 여태껏 받아본 것 중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 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유치하다고?
가슴속에서 들끓는 감정을 꾹 누른 채 싸늘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싫으면 그냥 버려.”
“난 정말 별로지만 소혜가 마음에 들어 해서 줬어.”
임가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이없는 상황에 웃음만 새어 나왔다.
문태오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가윤아, 나 소혜랑 결혼할 거야. 이번에도 놓칠 수는 없어. 그리고 넌...”
이내 멈칫했다.
“앞으로 내 하나뿐인 여동생이야.”
임가윤은 황당한 나머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문태오, 너 진짜 가증스럽네.”
말을 마치고 전화를 뚝 끊었다.
괜히 더 듣고 있다가는 전생에 쌓아두었던 모든 원한과 불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발코니로 바람이 점점 거세게 불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고, 어느새 눈가도 시큰해졌다.
임가윤은 입술을 꼭 깨물고 눈물을 애써 참았다.
울면 자신만 손해였다.
이내 휴대폰을 켜고 문태오의 번호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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