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신분증은 어디에 있지?
박소혜는 순간 표정이 굳었지만 곧 직원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너무 급해하지 마시고 저와 함께 가봅시다. 제가 임가윤 씨만큼 창궁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동훈은 임가윤을 대표실로 불렀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애로운 아버지의 얼굴을 지어 보였다.
“가윤아, 네가 억울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회사는 내 마음대로 되는 곳이 아니야. 이사회 쪽에서도 압박이 있었고 지난 반년 동안 네가 일에 집중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잖니.”
임동훈은 찻잔을 들어 뜨거운 김을 불며 말을 이었다.
“아빠가 어떻게 너를 감싸주지 않을 수 있겠어?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임가윤은 눈을 내리깔고 냉소 어린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임동훈은 다시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 그룹 산하에 미래 테크라고 스마트 홈 자회사가 하나 있는데, 네가 그쪽 본부장을 맡아보는 건 어떻겠니? 규모도 작고 일도 많지 않으니 바람 쐰다고 생각하고 네 방식대로 해 봐라. 아빠가 다 지원해 줄게.”
임가윤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갔다.
미래 테크는 매년 적자만 내는, 사실상 퇴출 직전의 회사였다.
임하 테크의 핵심 자리에서 밀어내고 망해가는 자회사 본부장으로 떠넘기는 것이 고작 아버지가 말하는 ‘배려’였다.
박소혜에게 부본부장 자리를 주면서도 그것을 자신을 위한 길이라 말하는 상황이 역겨웠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
“아빠는 소혜한테 정말 잘해주시네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박소혜가 아빠 친딸인 줄 알겠어요.”
“무슨 헛소리야!”
임동훈은 책상을 치며 얼굴을 붉혔다.
“너 점점 함부로 나가는구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 해!”
그는 문을 가리키며 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곧 인사 발령이 내려갈 거다. 당장 미래 테크로 가서 보고하도록 해!”
임가윤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빠, 잊으신 건 아니겠죠. 외할아버지의 유언장에 임하 그룹은 언젠가 제 것이 될 거라고 적혀 있다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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