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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손잡고 산책하기

순간, 서지강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먼 곳의 캄캄한 나무 그림자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어렸을 때는 아빠가 엄청 잘해주셨거든요. 날 데리고 콘서트도 보러 가고 시험에서 1등을 하면 몰래 인형을 사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확 달라졌죠. 다른 사람을 편애하기 시작했고 나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제기하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임가윤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친딸이 아니고 박소혜야말로 아빠의 친딸이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남자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아버지도 날 좋아하지 않아.” 어리둥절해진 임가윤은 마음속의 원망과 슬픔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손을 뻗었다. “우리 두 사람은 정말 인연이 있네요. 악수라도 할까요?” 서지강은 눈을 내리깔고 앞에 놓인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쳐다보았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뜨거운 손바닥이 불처럼 순식간에 그녀의 차가운 손끝을 감싸 쥐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내려고 했다. 그러나 남자는 손에 힘을 주며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커플은 원래 손잡고 산책하는 거야. 우리 사이가 안 좋다고 오해라도 받고 싶은 건 아니지?” 임가윤은 결국 발버둥 치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한테 이렇게 끌려가니 많이 어색하고 이상했다. 예전에 문태오와 외출할 때도 늘 손을 잡고 다녔지만 그건 어릴 때부터 길러온 습관이었다. 그러나 이 남자와는 손을 잡는 것이 처음이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먼저 악수하자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이내 말길을 돌렸다. “다행히 엄마는 나한테 잘해주셨어요. 당신은요?” 서지강은 앞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니도 날 싫어했어.” ... 분위기가 너무 어색했고 그의 대답에 그녀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외아들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부모님이 지강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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