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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같은 시각, 별장 안. 화장실에서 나온 진한나는 어두운 얼굴을 한 채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때, 고건우가 먼저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계약서에 불만이 있으면 언제든지 회사로 찾아와.” “그리고 이틀 후에 비즈니스 파티가 있어. 내 파트너의 신분으로 나랑 같이 파티에 참석해. 파티에서 이 분야의 거물급 인사들을 몇 명 소개해 줄 테니까.” 의견을 물어보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러나 그가 협력을 빌미로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걸 폭로할 생각은 없었다. 계약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것도 다 참을 수 있었으니까. “알았어요. 협력이 잘 될 수 있다면 파티에 참석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말이 나오자마자 옆에 있던 하연우의 얼굴이 더 싸늘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고건우의 얼굴에는 승자의 미소가 번졌다. ‘봤지. 아무리 애를 써도 진한나는 결국 내 편이고 나한테 아직 미련이 남아있어.’ 의기양양한 고건우의 모습을 힐끔 쳐다보던 하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 끝났죠? 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한나 씨, 우리 이제 그만 가요.” 고건우도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회사로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 “네 회사는 반대 방향이잖아. 나랑 한나 씨가 같은 방향이야. 어차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난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도 없어. 그러니까 넌 신경 쓰지 마.”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고건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을 잡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맞잡은 두 손을 보고 고건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언젠가는 진한나가 자신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이다. 잠시 후, 하연우의 차는 천천히 별장을 떠났다. “오늘 여긴 왜 온 거예요?” 진한나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질문을 결국 꺼냈다. 갑자기 나타난 하연우 때문에 하마터면 일을 망칠 뻔했다. 오늘 협력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그녀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한나 씨가 속을까 봐 특별히 온 거예요. 우린 이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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